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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를수록 아름답고 특별하고 재미있다

생명다양성재단 최재천 교수


소년은 언제나 자연에서 뛰놀던 강릉을 그리워했다. 방학마다 서울에서 10시간이나 기차를 타고 허리까지 차오르는 개천을 건너 강릉 할아버지 집에 닿았다. 대관령 산맥에 뚫린 좁다란 터널을 지나면 기차 창밖 너머 탁 트이는 바다, 또 다른 세상이자 우주가 열렸다. 훗날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모든 영역을 넘나드는 통섭으로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고, 시인의 감성으로 자연과학을 설명해주는 세계적인 학자가 되었다. 평생 자연을 관찰해 온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 삶의 다양성을 지향하며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는 최재천 교수를 만나 보았다.

글 편집실 사진 방문수


 

2013년 세계적인 침팬지 연구자이자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 박사와 손잡고 설립한 생명다양성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 시작이 궁금하다.
1996년 모 잡지사에서 한국을 찾아온 구달 박사를 인터뷰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한달음에 그를 찾아가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다. 구달 박사는 국제적인 환경운동 프로그램 ‘뿌리와 새싹’을 통해 환경지도자를 양성해 왔다. ‘뿌리와 새싹’ 국내 활동을 펼치면서 구달 박사와 공감대를 이룬 끝에 32명의 인사들과 힘을 모아 2013년 생명다양성재단을 설립하게 되었다.


생명다양성재단의 사업 중에서 환경과학과 생태예술을 통섭하는 활동이 눈에 띈다.
어느 강연에서 오케스트라 공연 도중 연주자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다가 지휘자도 나가 사라져버리는 퍼포먼스가 있었는데, 희미한 북소리만 들리자 청중들이 눈물을 흘렸단 얘기를 들었다. 인류도 생태계의 일부다. 생명다양성의 감소가 인류의 위기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관객들은 직감했을 테다. 정보보다 예술 작품이 주는 영감이 훨씬 강력할 때가 있다. 생명다양성재단도 예술과 과학을 접목하는 활동을 활발히 펼친다. 특히 캠페인 행사에는 어김없이 예술가들이 참여한다. 반응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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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세계적인 침팬지 연구자이자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 박사와 손잡고 설립한 생명다양성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 시작이 궁금하다.
1996년 모 잡지사에서 한국을 찾아온 구달 박사를 인터뷰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한달음에 그를 찾아가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다. 구달 박사는 국제적인 환경운동 프로그램 ‘뿌리와 새싹’을 통해 환경지도자를 양성해 왔다. ‘뿌리와 새싹’ 국내 활동을 펼치면서 구달 박사와 공감대를 이룬 끝에 32명의 인사들과 힘을 모아 2013년 생명다양성재단을 설립하게 되었다.


생명다양성재단의 사업 중에서 환경과학과 생태예술을 통섭하는 활동이 눈에 띈다.
어느 강연에서 오케스트라 공연 도중 연주자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다가 지휘자도 나가 사라져버리는 퍼포먼스가 있었는데, 희미한 북소리만 들리자 청중들이 눈물을 흘렸단 얘기를 들었다. 인류도 생태계의 일부다. 생명다양성의 감소가 인류의 위기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관객들은 직감했을 테다. 정보보다 예술 작품이 주는 영감이 훨씬 강력할 때가 있다. 생명다양성재단도 예술과 과학을 접목하는 활동을 활발히 펼친다. 특히 캠페인 행사에는 어김없이 예술가들이 참여한다. 반응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5월 중순에 30°C가 넘는 기온을 보면서 북극곰이 남 이야기가 아니구나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생물의 유전자와 종, 생태계 종류의 다양함을 뜻하는 생명다양성은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해준다.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춧돌 종인 코끼리가 사라지면 아프리카 초원의 생태계가 굉장한 타격을 받는다고 한다. 어느 나무토막을 뺐을 때 젠가 게임이 무너질지 모르듯 우리가 몰랐거나 청개구리나 쉬리처럼 대수롭게 않게 여겼던 종들이 멸종하면 연쇄적으로 다른 종들이 사라질 수 있다. 요즘 천 년 넘게 국내 농경 시기를 알려주었던 이십사절기가 어긋나는 현상에 관한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생태 엇박자’ 현상의 한 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곤충이 번식하는 시기가 2~3주 빨라지면 제비 같은 철새들은 갓 낳은 새끼에게 먹일 곤충이 부족해진다. 실제로 덴마크 철새의 70%가 이런 이유로 인해 떼죽음을 당한 적이 있다. 봄꽃 개화 시기는 점점 빨라지는데, 곤충들은 예전의 개화시기에 맞춰 뒤늦게 날아다닌다. 꽃이 꽃가루를 못 옮긴 채 시들어 버리고, 열매를 맺지 못하고, 그 열매가 먹이인 동물도 굶어 죽는 것이다. 자연을 오염시키고 기후 변화를 방치하면 생태계가 무너지고 인간도 존재할 수 없다.

 

자연과 가까워지는 휴가철을 맞이해 도심 속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사람들은 삶의 편리를 누리면서 공기도 깨끗해지길 바란다. 하지만 환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작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차량 운행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좀 더 걸어야 미세먼지가 덜해진다. 얼마 전 학교 앞에 배달 트럭이 정차한 채 공회전을 하고 있었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분은 미세먼지를 마시기 싫어서 마스크를 썼지만, 그의 자동차에서는 필요 이상의 미세먼지가 뿜어져 나왔다. 지금 우리 모습이 그렇다. 등산을 하더라도 계곡이나 개울에서 발도 못 담그게 규제를 당한다. 자꾸 망가지게 하니까 못하게 막는 거다. 인간을 가리키는 학명이 ‘호모 사피엔스’인데, 현명하다는 뜻의 ‘사피엔스’라는 용어에는 동의를 못하겠다. 자연계에서 가장 좋은 두뇌를 가지고도 스스로 망가지는 짓을 일삼는다. 나는 인간을 일컫는 새로운 학명 ‘호모 심비우스’를 만들었다. ‘심비우스’는 ‘공생인’을 뜻한다. 이제는 다른 생물과 공생해야 한다.


동물행동학자로서 ‘제인 구달의 생명 사랑 십계명’ 중 하나인 ‘마음을 열고 겸손히 동물들에게 배우자’를 평생 가슴에 새기고 살아왔다고 들었다.

40년간 관찰해 온 개미를 포함해 그간 연구한 10여 가지 동물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바로 ‘사회’였다. 외톨박이로 살아남은 생물은 내가 알기로 없다. 세포 수가 30조 개인 보통 성인이 장에 지닌 미생물 수는 무려 39조여 개다. 인간은 미생물들이 살아갈 공간과 양분을 내어주고, 미생물들은 인간이 소화를 시키고 면역계를 유지하는 걸 도와준다. 자연계에서는 하루 빨리 누군가와 공생해야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서로 주고받는 것의 힘이 굉장해서다. 내가 15년간 알려온 ‘통섭’ 또한 ‘학문의 경계를 낮춰서 넘나들면 발전이 빨라진다’라는 개념이다. 모든 게 연결된 이 시대에 한 쪽의 변화가 다른 쪽에 미치다 보니 산업구조도 바뀌고 없어지는 직업도 생기는 거다. 예부터 자연이 그러했다. 2013년부터 3년간 원장으로 초대되어 국립생태원을 운영해 보니, 조직에서는 협업이 이뤄지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협업을 통해 창출한 업무의 질은 분명 높다. 자연의 사례를 통해 공생의 원리를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이에 동감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어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덕분에 충청남도 끝자락에 위치한 서천에서 국내 최초로 문을 연 국립생태원은 온갖 악조건을 딛고 환경부가 내려준 연간 관람객 30만 명 유치라는 목표를 세 배 넘게 달성할 수 있었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글이 실렸고, ‘시인의 마음을 가진 과학자’라는 수식어도 따라다닌다.

시키는 대로 이과에 진학해야만 했다. 그게 나중에는 전화위복이 되어주었다. 원하는 대로 문과에서 공부했다면, 이렇게까지 다양한 일을 하지 못했을 거다. 문과적 성향이 강하다 보니, 과학자가 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그 과정을 겨우 극복하고 보니, 나름의 감성적인 측면이 개성과 장점이 된 것 같다. 기후변화, 생명다양성에 관해 장황하게 설명하더라도 쉽게 알 수 없거나 마음에 와 닿지 않으면 행동으로 못 옮긴다. 논문 집필 중에도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일반인들이 동감하고 이해하기 쉬운 자연과학 이야기를 써내려갔고 책도 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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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의 시대이기에 ‘문과적 소양을 갖춘 이과형 인재’라는 재능이 효과적으로 발현된 것 같다.

그렇다. 정말 운이 좋았다. 시대를 잘 만났다. 미국 유학을 갈 때만 해도 주위에서 환경 걱정하고 동물행동학 해 봐야 한국에서 일자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미국에서 사는 동안 한국 사회가 급변했다. 빠르게 경제 부흥을 이루다 보니 재앙에 가까운 환경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귀국 제의를 받고선 한국에 돌아왔다. 한 우물만 파던 시절을 지나 여러 분야를 넘나들어야 하는 시대가 다가왔다는 걸 한국 사회에서도 절감하게 되었다. ‘나는 평생 그렇게 살아왔는데’라는 생각으로 통섭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스승이었던 하버드대 곤충학자 에드워드 윌슨 교수와는 살짝 다른 통섭의 개념을 전했다.
2005년 나의 지도 교수였던 윌슨 교수의 저서 <컨실리언스(Consillience)>를 한국어로 번역해 <통섭(統攝)>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윌슨 교수는 통섭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려면 자연과학, 그 중에서도 특히 물리학에서 분석한 토대가 필요하며,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이를 따르면 된다고 전했다. 나는 모든 학문은 인문학이고, 과학은 과학적 방법론으로 인문학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의미의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이루는 통섭’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나의 의견을 그 책의 서문에 기술했다. 10만 권 남짓 팔렸지만 읽기 어려운 책이다. 계몽주의 철학, 뇌 과학, 예술 등 온갖 게 다 있다. 5년에 걸쳐 “이게 대체 무슨 뜻이지?”하면서 계몽주의 철학, 양자역학, 여러 분야의 책을 찾아 읽어가며 번역했다. 대다수가 서문만 읽었을 테다. 윌슨 교수가 나처럼 이야기했다고 번역을 잘못했다고 오해하게 된 거다. 후회하지는 않는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통섭한다는 게 끝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된 학문을 이루려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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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적인 삶에 필요한 다방면의 지식을 얻는 방법으로 ‘기획 독서’를 추천해 왔다.
지식의 세계는 방대하고, 지금은 융합 시대다. 여러 분야를 연구한 사람들과 무언가를 만들거나 해결해야 하므로 넓은 소양이 필요하다. 90세까지 사는 현대인은 여러 직업을 전전한다. 대학을 7~8번 다니는 게 최선이지만 그게 어렵다면 모르는 분야를 공략하는 독서라도 해야 한다. 나는 이를 ‘기획 독서’라고 부른다. 미국에서 미시건대 명예교우회에서 3년간 200여 개 주제에 관해 듣고 얘기한 덕분에 학문 간의 넘나듦과 다른 분야 전문가와의 만남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다짜고짜 하는 건 아니다. 다양한 책을 읽는다. ‘기획 독서’를 그렇게 실천한다.


새로운 시도를 거듭해온 만큼, 앞으로의 계획이 기대된다.
<인터페이스>라는 프랑스 매거진의 편집진에 영입되었다. ‘연결·연결고리’라는 뜻의 제호답게 노벨 물리학 상 수상자부터 세계적인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까지 여러 분야의 석학 15명이 편집진으로 있다. 앞으로 세상을 통섭적으로 바라보는 칼럼을 함께 쓸 계획이다. 후배들에게 글을 쓰는 과학자가 되라고 자주 권한다. 더 많이 알수록 사람들이 자연스레 자연을 해치치 않게 될 테니까. 20년간 전해온 내 좌우명도 ‘알면 사랑한다’이다. 자연은 다름을 추구한다. 다양성이 창의성을 낳는다. 자연도 사람도 알면 알수록 사랑하게 된다.

 


EVENT

최재천 교수님의 친필 사인이 담긴 생태 에세이 <다르면 다를수록>을 받고 싶다면 지금 응모해보세요. 자세한 이벤트 참여 방법은 한국공항공사 블로그를 참고해주세요.

참여 기간  7월 21일까지

한국공항공사블로그. www.airportblo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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