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나는 단지 여행자일 뿐

손미나앤컴퍼니 손미나 대표


인생은 여행에 곧잘 비유된다. 끝이 없고 목표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나운서를 지나 여행작가, 소설가, ‘손미나앤컴퍼니’ 대표이자 ‘인생학교’ 교장,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편집인 등 손미나의 이력은 점점 늘어난다. ‘인생학교 서울’의 2018년 새로운 학기를 앞두고 작가 손미나, 교장 손미나가 아닌 여행자 손미나로 그를 만났다.

글. 정의정(채널예스 기자) 사진. 한정우




최근 스페인 관광청과 미팅했다고.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나.

앞으로 10년은 큐레이션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정보의 다양성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대상에게 맞는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여행지에서 봐야 할 건 수천만 가지지만 제한된 시간과 비용으로 모든 걸 다 경험할 순 없다. 예전부터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여행 장소를 누군가 추천해준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해왔는데, 올해 스페인 관광청과 함께 인생의 단계와 상황에 맞춰 여행 콘텐츠를 내보이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손미나를 설명하는 단어가 많다.

인생학교 교장, 팟캐스트 진행자, 손미나앤컴퍼니 대표, 편집인, 강사, 작가, 방송인, 여행자. 너무 많아서 정신을 못 차린다(웃음). 그 중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면 항상 여행자라고 이야기한다. 이름 뒤에 어떤 타이틀이 붙어도 손미나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훌륭한 타이틀을 달아도 사람이 별로라면 호칭은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다양해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목적 아래 있다. 바로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다. 과거의 나는 아나운서로서 말로 소통했고, 이후에는 글로 소통했다면 지금은 인생과 여행이라는 단어로 소통하고 있다.


여행자로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내가 보는 한국 사회는 행복이나 성공의 기준이 매우 획일화되어 있다. 누군가 정해준 기준에 맞춰 모든 사람들이 끝이 나지 않는 레이스를 하는 것 같다. 대학만 들어가면 편해질 것 같아 고3 때 죽을힘을 다해 대학에 입학했지만 취업이란 장벽에 다시 가로막힌다. 직장 들어가면 좋을 줄 알았는데 더욱 심한 생존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책을 쓰면 편할까 했는데 책도 판매량에 따라 순위가 매겨진다. 끝없는 경쟁 속에 나라는 사람이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해볼 여유가 없다. 정말 인간답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지혜는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책은 말할 수 없이 좋은 창구지만 모든 사람이 매일 책만 읽을 수도 없을 뿐더러 때론 지식을 얻는 데 그치기도 한다. 좀 더 살아있는 경험과 지혜를 얻으려면 여행이 좋다고 생각한다. 여행길에서는 낯선 사람도 스승이 되어 내가 찾고 있던 답을 발견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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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 이야기를 해 보자. 몇 년도부터 시작한 활동인가.

2015년 말에 오픈했다. 오픈하기 전 1년 동안 알랭 드 보통과 정말 많은 대화를 했다. 과연 우리에게 적합한 일인가, 인생학교 콘텐츠가 한국인에게 도움이 될까, 기존의 콘텐츠를 문제없이 전달할 수 있을까 등 고려하는 시간이 길었다. 2년 동안 교장으로 인생학교를 운영하면서 알랭 드 보통이 만들어 놓은 교육 프로그램이 훌륭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원래도 팬이었는데 같이 일하면서 좋은 친구가 됐다. 그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재치 있고 통찰력이 깊다. 그가 처음 인생학교를 연 건 2008년이었으니까 이미 연구한 지 10년 넘은 프로젝트다.


인생학교를 통해 변화된 사람들을 보면 뿌듯할 것 같다.

작년 봄에 통계를 내봤는데 누적 수강자가 만 명을 넘었다. 인생학교 덕분에 삶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 고마움의 표시로 크고 작은 선물을 전하는 분도 계신데 직원들에게 많은 격려가 된다. 인생학교에서 일한다고 하면 보기에 근사하니까 좋아 보이지만 뒤에서 서포트하는 사람들은 희생정신으로 일할 때가 많다. 그래도 우리가 버티는 이유는 사람들이 변화하는 모습 때문일 것이다.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람은 끝이 안 보일 때, 아무리 해도 결과가 안 나올 때 지친다. 꼭 경제적인 보상이 아니라도 자신이 한 일에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오고 주변의 피드백이 있을 때 사람들은 보람을 느낀다. 명확한 목표도 없이 ‘왜 이걸 하고 있지?’라고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면 답이 없다. 자신이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뭘 해야 행복한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으면 안타깝다. 그걸 찾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찾기 위한 첫 번째 발을 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한 발짝을 떼는 게 가장 어렵다. 아마도 안전망이 없다는 불안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안전망이 있는 삶이 역사상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 그런 불안은 나 역시 가지고 산다. 불안함을 끌어안고 사는 법도 조금은 알아야 한다.
꼭 외국이 아니더라도 자주 여행을 떠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사건을 만나더라도 피하지 않고 이겨내는 경험을 계속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조급함을 갖기엔 너무 넉넉하고, 영원할 것처럼 착각하기엔 유한하니 앞에 놓인 일을 열심히 하고 결과는 신에게 맡기는 것이 지혜로운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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