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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눈이 오면


눈보라 치던 1월의 어느 하루를 보낸

제주공항 신입사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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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몰아치는 눈발 속을 헤쳐 나가다

(김은실 제주공항 토목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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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공항공사 신입사원이다. 지난 11월 부푼 가슴을 안고 제주공항에 출근하던 첫 느낌을 아직 잊을 수 없다.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제주에 겨울이 왔다. 나는 사계절 중 겨울을 가장 사랑한다. 소복소복 쌓이는 눈도 좋고 겨울의 찬바람도 상쾌하다.1월 어느 날, 눈 예보에 대낮부터 사무실이 소란스러워졌다. ‘눈은 낭만인데 이런 호들갑이라니!’ 그 당시만 해도 왠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눈발이 심상치 않더니 결국 제설상황반이 꾸려지고, 나는 입사 후 처음으로 철야 근무에 투입되었다. 노란색 활주로 점검 차량을 타고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전조등이 비추는 전방만 겨우 볼 수 있었는데, 미친 듯이 휘날리는 눈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적설량을 확인하려 활주로에 발을 내딛자 몸을 가누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은 차량 문을 닫는 것마저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적설량을 확인했으니 이젠 제설이다! 제설차는 워낙 차체가 커 좌석에 올라앉기도 쉽지 않았다. 내가 탄 1호차가 선두에 나선다. 오랜 경험을 가진 노련한 선배의 손길에 제설차량이 조심스럽게 활주로 표면을 미끄러져 간다. 연이어 투입된 제설차량들이 빠르게 눈을 치워나갔다. 비교적 작업이 쉽게 마무리되는 듯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계속된 눈 폭풍이 활주로를 다시 덮어버렸다. 결국 한밤에 시작된 제설작업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동틀무렵이 되어서야 제설작업이 마무리됐고, 이젠 모든 직원이 활주로 미끄럼측정 결과만을 놓고 숨죽인 채 무전을 기다렸다. ‘지지직, 미끄럼측정결과는 Good, 전 차량은 계류장으로 이동해서 항공기 이동로를 확보할 것!’계류장 제설까지 마치자 나의 첫 번째 철야 근무가 끝났다. 밤새 이어진 제설작업은 나에게 눈에 대한 감성적 낭만을 빼앗아갔다. 하지만 여전히 눈은 나에게 낭만이다. 제설작업 중에 피어난 동료애와 공항 안전을 위해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또 다른 낭만으로 내 마음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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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은 마음 착한 천사들로 가득했다

(박소윤 제주공항 고객서비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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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눈 예보에 뒤척이던 새벽, 한 통의 문자가 왔다. 비상소집이다. 어둠과 눈보라 때문에 출근길이 수월하지 않았지만 여객들을 생각해 서둘러야 했다. 공항에는 벌써 많은 직원들이 도착해 인도에 쌓인 눈을 쓸어내며 하얀 숨을 내쉬고 있었다. 간밤의 눈 소식에 비행기 지연이나 결항을 우려해서인지 여객들도 이른 시간부터 공항에 들어섰다.오전 내내 ‘탑승’과 ‘지연’을 오가던 비행기 운항 상황은 오후 들어 훨씬 안정되었다. 활주로와 계류장에서 제설에 힘쓴 제설상황반 덕분이리라. ‘이 정도 상황이면 여객들 모두 집으로 돌아가실 수 있겠다.’ 직원들의 조바심이 누그러질 때쯤 갑자기 전광판에 ‘결항’ 안내가 쏟아졌다. 갑자기 심해진 눈보라에 어둠까지…. 제주공항 상공을 맴돌던 비행기마저 착륙하지 못하고 다른 공항으로 발길을 돌렸다.결국 예정된 모든 비행기가 결항되고, 떠나지 못한 많은 수의 여객들이 공항에 남았다. 비록 날씨 때문이라도 직원들이 느끼는 죄송스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공항에서 밤을 새우는 분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포와 매트, 생수를 빠르게 전달했다. 공항 직원들 외에도 제주도청 관광정책과와 제주관광협회 직원들도 힘을 보탰다. 준비한 모포와 매트가 부족해질 무렵 일부 승객들은 자신의 몫을 다른 이에게 양보하며 훈훈한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이 밤은 모두에게 불편하기 짝이 없는 시간이었지만, 제주공항은 마음 착한 천사들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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