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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길을 잃거든 감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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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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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곧잘 길을 잃어버리는 소위 ‘길치’다. 2년 전 아들과 파리로 여행을 떠났을 때의 일이다. 홉 온 오프 버스(Hop on off: 마음껏 내리고 탈 수 있는 버스)를 타고 가던 중 그날도 어김없이 방향을 착각해 전혀 예정에 없던 정류장에서 내려버렸다.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려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음식점으로 뛰어들어갔다. 때마침 식사시간이라 허기진 배를 채울 겸 토마토 스파게티를 주문했는데 궂은 날씨와 꼬여버린 일정으로 당황했던 내 마음을 달래주듯 너무나도 맛있었다.

우리는 소나기가 그치자 음식점에서 나와 발길 닿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한 블록쯤 걷자 프랑스 혁명의 발상지 바스티유 광장이 나왔다. 세계사 책에서나 봐왔던 바스티유에 오게 되다니, 뜻밖의 보물을 찾은 기분이었다. 바스티유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빅토르 위고의 생가가 있다고 해서 내친김에 택시를 타고 그곳으로 향했다. 여행 오기 전 아들과 함께 레미제라블을 읽었는데, 그 소설의 집필 장소를 아들과 함께 방문할 수 있게 됐다는 기쁨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파리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정이 무엇이었는지 묻는다면, 비를 피해 우연히 들어간 식당과 바스티유 광장, 그리고 빅토르 위고 생가를 방문했던 것을 꼽을 것이다.

여행이 계획대로만 전개되지 않듯 삶도 정해진 경로가 없다. 인생을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길에 들어서거나 갑자기 큰 장벽에 가로막힐 때도 있다. 두려움을 이기고 미지 속으로 한 걸음 내디딜 때 삶이 내게 준비한 새로운 선물을 발견하게 된다. 여행이든 삶이든 결국 낯섦과 두근거림의 연속이다. 그 과정 가운데 길을 잃더라도 언제든 감사하자. 행복은 바로 그때 찾아오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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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원 독자님께는 문화상품권 10만 원권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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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포트 포커스〉는 독자 여러분이 보내주신 작품을 이 지면에 싣습니다. 11+12월호 주제는 〈나누며 산다는 것〉입니다. 주제에 맞는 시, 에세이, 그림, 사진 등을 10월 12일까지 airportfocus@naver.com으로 보내주세요. 선정된 분께는 문화상품권 10만 원권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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