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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 새로운 땅을 두드리는 첫 인사


똑똑, 첫 번째 설렘의 노크

여행을 떠나기 위해 짐을 꾸리기 직전, 설렘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곳의 날씨는 어떨까, 그곳의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할까, 그곳의 시장과 광장과 거리는 얼마나 새롭고 싱그러운 활기로 넘칠까. 이런 상상을 하다 보면 벌써 여행지에 절반은 도착한 것 같은 행복한 설렘이 시작된다.
올가을에는 뉴욕과 보스턴에 다녀왔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꿈꾸던 나는 뉴욕에 주재원으로 있는 친구를 만나 함께 차를 타고 보스턴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는 간단한 루트를 짰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살았던 보스턴을 먼저 둘러본 뒤 뉴욕으로 돌아와 온갖 뮤지컬과 오페라, 콘서트를 섭렵하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짐을 꾸렸다. 여러 도시를 철새처럼 바삐 이동하는 여행에 지친 나는 이제 한 도시에서 일주일 이상 머무르는, 좀 더 느리고 여유 있는 여행을 꿈꾸게 되었다. 게다가 보스턴과 뉴욕은 각각 일주일로도 모자랄 정도로 내가 보고 싶은 것들이 많은 도시였기에 마음속은 '가고 싶은 장소들'로 가득 차 있어 더욱 설레는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똑똑, 두 번째 설렘의 노크

공항에 마중 나온 친구를 만나자 뉴욕을 향한 '두 번째 설렘'이 시작되었다. 10여 년 전 첫 번째로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당시 여행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해 아쉬움을 많이 남긴 도시였다. 두 번째 설렘은 첫 번째 설렘보다 더욱 강렬하다. 아무리 열심히 돌아다녀도 구석구석 숨은 박물관과 아름다운 공원과 걷기 좋은 길들이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도 수많은 뮤지컬과 콘서트, 오페라들이 예술을 사랑하는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스턴의 콩코드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그의 친구들, 즉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저메이 올컷, 그리고 헨리 데이비드의 스승이기도 했던 위대한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 <주홍글씨>로 잘 알려진 나다니엘 호손이 서로 '동네 주민'으로 살면서 미국문학의 초창기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곳이었다. 보스턴의 콩코드는 마치 20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 어린 시절 '나는 언젠가 조처럼 용감하고 멋진 작가가 될 거야'라는 꿈을 심어주었던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저 메이 올컷의 집부터 방문했다. 마룻바닥이 삐걱거리는 느낌조차 그때 그 시절의 흔적인 것 같아 좋았고, 정원 곳곳에 피어난 알록달록한 꽃들이 마치 네 자매가 "우리 마음은 아직 여기 살고 있어요"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개보수 공사 중이었던 랄프 왈도 에머슨의 집과 '숲속의 오두막'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나다니엘 호손의 집을 지나 드디어 월든 호수에 도착했다. 월든 호수는 상상 이상으로 아름답고 고즈넉했다. 실제로 소로가 직접 지었던 오두막은 기둥만 남겨진 채 사라졌지만 소로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오두막의 복제품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곳이 있었다. 소로가 썼던 책상과 단출한 부엌, 조그마한 침대와 소로가 연필공장을 차렸을 때 만든 연필의 복제품 등이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었다. 나는 뉴욕으로 돌아와 오랫동안 벼르고 벼르던 오페라 <카르멘>과 <토스카>,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를 관람하며 즐겁게 지내면서도 마음속에 '월든 호수와 오두막'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을 예감했다.





똑똑, 세 번째 설렘의 노크

여행이 끝난 뒤에 또 다른 새로운 설렘이 시작된다. 여행이 끝난 뒤의 설렘은 그곳을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그곳에 아직 내 마음을 두고 온 듯한 ‘환상’을 선물 받는 느낌에서 비롯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여행의 장소를 마지막으로 바라보는 순간은 늘 안타깝고 아련하다. 그때 나는 느낀다. 이곳을 아주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은 강렬한 예감을. 이렇게 여행이 끝난 뒤 글을 쓰는 순간이 바로 그 세 번째 설렘을 간직하는 아름다운 길이다. 나는 여행에 대한 글을 쓸 때마다 새로운 설렘으로 두근거린다. 그 설렘의 순간, 나는 나의 고향도 아닌 그곳,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그 장소를 이제 내 잃어버린 혈육처럼 사랑할 것임을 깨닫는다.






정여울 작가.

저서로 《마흔에 관하여》《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등이 있다.
현재 네이버 오디오클립 '당신의 감성을 깨우는 글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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