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풀이 항공정보

수명이 다한 비행기,
어디로 갈까?


아기가 태어나면 부모의 국적을 받거나 태어난 나라의 국적을 받는 것이 보통이다.
비행기의 수명은 공학적으로는 100년 이상이나 된다고 한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므로 실제 요구되는 수명보다 훨씬 튼튼하게 설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날개와 랜딩기어처럼 힘을 많이 받아 피로가 쉽게 누적되는 구조물은 의무적으로 검사 또는 보강, 교체를 통해 꼼꼼히 관리되기에 이토록 긴 수명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

글. 조훈



그러나 실제로 비행기를 100년이나 쓰지는 않는다. 기령이 높아질수록 결함 위험이 커지고 수리비도 점점 늘어나는 등 운영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져 30년 이상은 운용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작된 지 20년이 지난 민항기는 기계적 결함 가능성이 크다고 간주하고 항공사와 정부가 공동으로 관리한다. 기령이 20년이 지난 비행기들은 정부가 나서 퇴역시키는 것을 장려하고 최근에는 이들 노후 민항기에 대한 정보공개도 추진하고 있다.

수명이 다한 비행기는 사람으로 치면 공동묘지와 같은 사막 보관소로 옮겨진다. 가장 유명한 곳은 미국 애리조나 사막과 캘리포니아 사막의 비행기 보관소다. 여기에는 수천 대의 퇴역군용기와 민항기들이 보관되어 있다. 부식되기 쉬운 재질의 부품이나 전자장비, 유류 등을 모두 제거하고, 기체 외부에는 흰색 비닐 재질로 포장해 둔다. 오랜 기간 보관되어야 하므로 기후에 의한 풍화, 침식 등을 막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보관장소는 왜 사막일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건조한 기후 때문이다. 비행기 보관의 가장 큰 적은 부식이다. 당연히 건조하면 건조할수록 부식의 위험이 적어 보관이 쉬워진다. 둘째로 공간이 넉넉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보관료가 싸다. 사막보관소에 비행기가 보관되려면 직접 날아와야 하므로 활주로도 갖춰져 있다. 사막에는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비행기 보관소로 안성맞춤이다. 만약 누구나 접근이 쉬운 곳에 항공기들을 보관한다면 온갖 고철 도둑들이 판을 치게 될 것이고, 보안 유지를 위해 많은 시설과 인력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다. 이처럼 사막은 다른 기반시설이 들어서기에 적합하지 않은 황무지와 같은 곳이지만 비행기 보관소로는 최적의 입지인 셈이다.

비행기의 보관 기간이 아주 오래되면 고철로 폐기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재사용을 염두에 두고 보관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사막 보관소에 있는 비행기들은 수명이 다해서 퇴역했다기보다는 완벽에 가까운 결함 예방을 위해 퇴역한 것이다. 주요부품을 새것으로 교체하면 언제든 일선에 복귀할 수 있다. 실제로 사막 기체보관소에 보관됐던 여객기들은 주로 영세한 아프리카, 중남미 항공사들이 인수하여 상업 운항에 다시 투입하기도 한다.

보관 연한이 지날 때까지 새 주인을 찾지 못한 비행기들은 사용 가능한 부품만 걷어내 재활용하며, 나머지는 고철로 폐기한다. 폐기된다고 해도 가치 없이 버려지는 것이 아니다. 비행기는 주로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지므로 한 대에서 나오는 알루미늄만 수십 톤이다. 또한, 비행기는 수백만 개의 부품과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지므로 재활용의 활용범위도 넓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행기를 보관할만한 건조하고 넓은 공간이 없으므로 주로 교육기관이나 박물관에 기증하거나 외국 항공사에 매각한다.





조훈

항공전문 칼럼니스트.

2007년부터 9년간 <월간항공> 기자로 활동했으며, 한국과학기술전문학교 초빙교수, 공군 F-51 머스탱 복원사업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함께 펴낸 책으로는 《어린이를 위한 비행기 세계사 100》이 있으며, 현재 항공컨설팅법인 <White Swan> 대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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