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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또 다른 세상을 향한 시선


알록달록, 낯설지만 신기한 세상

10여 년 전 런던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그야말로 ‘온갖 다채로운 인종들이 모여 이루는 총천연색 풍경’이었다. 영국의 지하철에도, 영국박물관이나 내셔널갤러리에도, 도심 속의 낙원 같은 아름다운 공원들에도, 온갖 피부색과 알록달록한 눈동자들, 지구상의 온갖 언어들과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들이 자연스럽게 공존했다. 런던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바벨탑 같았다. 성경 속의 바벨탑 이야기에서는 사람들의 언어가 서로 통하지 않아 결국 탑을 제대로 쌓아 올리지 못하지만, 런던의 바벨탑은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들을 인정함으로써 매일 더욱 새롭고풍요로운 바벨탑을 쌓아올리는 것처럼 보였다. 런던에서도, 뉴욕에서도, 파리에서도, 나는 마치 이 세상 모든 인종들이 모여 매일 삶이라는 아름다운 축제를 벌이고 있는 듯한 조화와 공존의 드라마를 볼 수 있었다.
내가 여행 속에서 느낀 것은 세상에는 ‘증오’와 ‘분노’보다 ‘사랑’과 ‘이해’의 감정이 훨씬 더 강력하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아주 작은 도움의 기회도 놓치지 않고, 서로를 돕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마치 오래 전에 알아왔던 사람인 것처럼 반갑게 인사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 길을 잃고 헤매는 나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쪼개 직접 목적지로 데려다주기도 했고, 자신의 자동차에 나를 태워주기도 했다. 나는 그 ‘낯선 사람들의 따스한 친절’에 크나큰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내가 그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만큼, 그들도 나를 신기하게 바라본다는 것을 알고 파안대소하기도 했다.




알록달록, 우연히 발견한 세상

프랑스의 몽펠리에라는 아름다운 도시를 여행하다가 나는 그날이 여름축제일임을 우연히 발견했다. 온도시가 흥겨운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했다. 거대한 락페스티발 공연 무대가 설치되었고, 온갖 음식을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푸드트럭이 즐비했고, 즉석에서 바디페인팅을 해주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그 지역에서 만들어낸 알록달록한 옷과 장신구, 골동품과 식료품을 파는 상인들로 도시 전체가 북적였다.
몽펠리에 축제에서는 자줏빛으로 탐스럽게 빛나는 적양파를 썰어 갖은 양념에 버무려 튀김으로 만든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분명 야채를 튀긴 것인데 마치 고소한 양념치킨 같은 향기가 나서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었다. 나는 오랫동안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그 양파튀김을 사먹었는데, 양파튀김을 만드는 요리사가 영어로 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어요?” “한국이요, 남한(South Korea).” “어머나, 비행기를 몇 시간이나 탄 거예요?” “12시간 정도요.” “어머나, 정말 멀리서 왔구나. 난 태어나서 그렇게 멀리까지 가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한국에는 이렇게 생긴 양파가 없나요?” 그의 발상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공격성은 느껴지지 않았으므로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우리도 맛있는 양파 많아요. 이것보다 훨씬 맛있어요.” 내가 좀 더 순발력이 있었더라면, 한국의 ‘치맥’을 이야기해줬을 텐데. “한국의 ‘치맥’은 치킨과 맥주를 함께 먹는 것인데, 정말 이 양파튀김보다 천 배는 맛있어요.”
게다가 양파와 감자를 잔뜩 넣은 감자탕과 닭볶음탕, 양념갈비찜은 얼마나 맛있는지, 온갖 알록달록한 한국음식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들려줬을 텐데.





알록달록, 새롭게 바라보는 세상

나는 여행할 때 꼭 그 지역의 미술관과 재래시장을 찾는다. 이곳에는 온갖 다채로운 풍경, 알록달록한 삶의 풍경, 숨길 수 없는 그 지역의 문화적 차이와 이질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미술관에는 온갖 다양한 색채들, 그것도 인류가 아주 오랜 역사를 거쳐 심혈을 기울여 선택하고 직조해온 색상들이 모여 있다. 미술관이 아주 세련되고 정제된 감각으로 그 지역의 알록달록한 색채 감각을 보여준다면, 재래시장은 서로 약속하지 않은 채로 발생하는 온갖 우연적 이질성과 알록달록한 차이들로 가득하다. 재래시장이나 벼룩시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인종과 국적도 다양하기 때문에, 그곳에는 ‘살아 움직이는 색채의 향연’이 존재한다. 나는 온갖 문화적 차이와 이질성이 공존하는 여행을 통해, 내 안의 편견과, 내 안의 고정관념이 기쁘게 깨어지는 소리를 듣는다. 그 속에서 너와 나의 차이가 ‘차별’로 번지지 않는 세상, 당신과 나의 차이가 서로를 향한 더 크고 아름다운 소통과 이해로 번져나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



 



정여울 작가.

저서로 《마흔에 관하여》《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등이 있다.
현재 네이버 오디오클립 '당신의 감성을 깨우는 글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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