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Trip

태교여행의 의미

글 황석현






최근 ‘황혼여행, 우정여행, 이별여행’ 등 여행의 테마에 따라 다양한 수식어가 생겨났다. 예전에는 ‘여행’이란 단어가 주는 설렘에 다른 수식어는 필요 없었다. 요즘은 시대가 변했는지 사람들은 여행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어쩌면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나만의 여유를 가질 핑계를 여행을 통해 찾고 있는걸 지도 모르겠다.

아내도 여행을 갈 수 있는 핑계를 찾고 있었나보다. 어느 날 아내가 요즘 유행 중이라는 ‘태교여행’을 가자고 했다. 태교여행은 산모의 몸과 마음에 휴식을 선사하고 태아의 정서발달을 도모하기 위한 여행이다. 아내의 말에 나는 사실 태교여행에서 산모가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부분은 인정하지만, 태아의 정서발달 부분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 말을 선뜻 입 밖에 내진 못했다. 임산부들이 통과의례처럼 가는 태교여행을 안 간다고 했다가는 평생 쓴 소리를 들을 것이 눈에 보였다. 어차피 아이가 태어나면 어느 정도 자라기 전까지 해외여행을 가지 못할 것이기에 아내가 원하는 대로 하기로 했다.

막상 여행을 떠나려고 하니 목적지를 정하는 게 일이었다. 인터넷에 휴양지를 검색하니 너무 멋진 풍경 사진들이 나왔다. 세상에 조물주가 낙원을 이렇게나 많이 만들어 놓았나 싶었다. 고민 끝에 언젠가 직장후배가 다녀와서 평이 좋았던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태교여행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우리의 여행은 ‘휴식’이 목적이었다. 세미 패키지여행으로 간 터라 여유시간이 많아 하루에 한 번은 꼭 마사지를 받으러 다녔다. 아내가 평소에도 마사지 센터를 자주 드나드는 마사지 마니아였기 때문이다. 그런 아내는 잠깐 마사지를 받아도 숙련된 사람인지 초보자인지 금세 알아챘다. 그런 엄격한 평가자인 아내가 코타키나발루 마사지사의 마사지에 만족했다. 나도 함께 받아보니 노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몸과 마음의 여유를 즐기며 순탄히 흘러갈 것 같은 태교여행에도 장애물이 생겼다. 바로 음식이었다. 냄새에 민감한 임산부에게 이국 음식의 이질적인 향기가 고약했던 것이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나는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으로 긴급처방을 내렸다. 코타키나발루의 맛깔스런 만찬을 뒤로 하고 아내는 고국의 맛이 느껴지는 라면을 먹었다. 비록 인스턴트일지라도 한국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아내는 감격스런 표정을 지었다.

여행하는 동안 아 내가 홑몸이 아니다 보니 많은 곳을 둘러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코타키나발루에서의 마지막 노을은 모든 것을 보상해줄 만큼 아름다웠다. 코타키나발루 여행을 다녀온 지도 1년이 되어간다. 세상에 빛을 본 지 130여 일이 지난 딸은 코타키나발루 여행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태교여행 덕분에 딸이 환한 웃음을 가지고 태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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